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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증상 / 최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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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03회 작성일 21-10-27 14:01

본문

오늘의 증상


   최예슬

 

 

  어젯밤 홉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마을의 새벽은 노동자들로 북적이고 북쪽에서 달려오는 간이 열차는 기차역을 지나간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보이다"

  나는 부고 기사의 첫머리를 타이핑하는 중이고 픽션쓰기로의 전직을 준비할 예정이다

  이 도시에 병원은 없지만 정원은 많고 환자들은 정원에서 나무를 돌보고 거울을 본다

  아무도 치유하지 않는 역병이 돌고 살아있는 자들은 문병을 위해 정원수를 심는다

  내가 사랑하는 홉,

너는 스물 다섯 개의 펜과 낡은 수첩을 가졌다. 종이가 턱없이 모자라지만 너의 풍경을 그려넣기엔 충분할거야. 신문사 앞 분수대에는 어릿광대 소녀가 사는데, 키우던 망아지를 경마장에 팔아넘겼지. 마주에게 받은 돈으로 드레스를 사고, 낭만주의 회화의 모델이 되고 싶어 젊은 예술가를 찾아갔단다. 너는 안개로 가득 차오르던 새벽에 이런 말을 남겼지.

 

  "행인들은 잘 모르지만 우리는 세밀화를 그릴 줄 알아요

  예배당에 사는 영혼, 영혼의 개인적 취향, 영혼의 비명이 새겨진 바람,

  이 도시에서만 가능한 죽음의 형식을"


  그런데 요즘 어떤 새끼가 낭만주의를 믿겠어,

  이 도시는 형편없는 회의주의로 낡아지고 있는데

  죽음으로 형식을 배반하고 얼룩말의 무늬를 동경하고

  나는 픽션을 연습하며 사실을 배반한다

  너의 부고장에는

  잎의 색깔, 뻗어가는 가지, 열매의 색과 모양을 그려넣고

  이 도시에서 불가능한 애도의 형식을 실천하는 동안

  부서진 음표들이 술통에 위태롭게 취해 있을 뿐. 나는 허물어진 영혼을 발굴하기 위해 술통에 담긴 술을 모두 마셔버렸고. 어디에도 종말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계간 시와 사상2012년 여름호



choiyesool-140.jpg

 

1987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과 졸업

2011문학동네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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