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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 생각 / 홍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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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8회 작성일 21-11-04 22:06

본문

귀하 생각

 

 홍정순

 

 

신년 인사 끝에 모해요? 하길래

귀하 생각 그랬더니

난데없는 좆이 배달되었네요

검은 털로 뒤덮인 핸드폰 액정화면...

맛있는 거 갖고 오랬더니

피자 대신 핫도그를 보낸다나

잊을 만하면 문자로 찔러 보고

밑져야 본전이라고 메일 보내고

그래 이 모든 게 다 내 탓

탐석 가도 남근석이 걸리고

그것도 오석烏石으로 걸리고

선물도 남근석이죠

쇠대가리 아들 여섯 키운 엄마처럼

사내새끼 우습게 보는 걸 모르고

뭇 사내들 틈에서 끄떡없는 줄도 모르고

끝없이 껄떡거리죠

사내들 상상력이 그것밖에 안 되냐

시도 그렇게 쓰냐

달라는 말 천연스레 하는 사내들

끝이 없죠 대강 철물점이라고

대강 하면 물건 내주듯 대강 주는 줄 아는지

물론 다 내 탓

기품 없는 촌년에다

약 먹고 지우려고 엄마가 기를 써서

이렇게 작은 독종인 걸 모르죠

알려고도 하지 않죠

웃는 게 버릇이 된 걸 모르고

친절이 몸에 밴 걸 모르고

일단 찔러나 보자는 귀하님들

, 세상에! 그러고 보니

철물점 안엔 온통 뾰족한 것들 천지

매일 보고 만지는 밤낮 발기된 그것들

그러지 좀 마세요 제발

나 이미 다 알고 있다니까요

모든 남정네는 귀하다는 거 

 

홍정순 시집 단단한 말-철물점 여자(현대시세계, 2013)



20090301183514689.jpg

 

충북 단양 출생
2009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 『단단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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