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날아가는 방 1 /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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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63회 작성일 21-11-14 20:54본문
우주로 날아가는 방 1
김경주
방을 밀며 나는 우주로 간다
산동네 지하 방들은 하나 둘 풍선처럼 떠오르기 시작하고 밤마다 우주의 바깥까지 날아가는 방은 외롭다 사람들아 배가 고프다
인간의 수많은 방을 싣고 지구는 날고 있다 그런 방에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편지를 쓰는 일은 음악 같은 일이다 불씨처럼 제 정신을 떠도는 일이지만 북극의 냄새를 풍기며 내 입술을 떠나는 휘파람, 가슴에 몇 천 평을 더 가꿀 수도 있다 이 세상 것이 아닌 것들이, 이 세상을 희롱하는 방법은, 외로워 해주는 것이다
외롭다는 것은 바닥에 누워 두 눈의 음音을 듣는 일이다 제 몸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외로움이란 한 생을 이해하는데 걸리는 사랑이다 아버지는 병든 어머니를 평생 등뒤에서만 안고 잤다 제 정신으로 듣는 음악이란 없다
지구에서 떠올라온 그네하나가 흘러 다닌다 인간의 잠들이 우주를 떠다니는 동안 방에서 날아와 나는 그네를 탄다 내 눈 속의 아리아가 G선상을 떠다닐 때까지, 열을 가진 자만이 떠오를 수 있는 법 한 방울 한 방울 잠을 털며
밤이면 방을 밀고 나는 우주로 간다
―김경주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랜덤하우스, 2007년)
2003년 <대한매일(현 서울신문)>신춘문예 당선
2005년 대산창작기금 수혜
2009년 제28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2009년 제17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
2009년 제3회 《시작》문학상 수상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기담』
『시차의 눈을 달랜다』 『고래와 수증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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