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문을 닫는 사람은 문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다 / 고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55회 작성일 15-12-24 10:19본문
서둘러 문을 닫는 사람은 문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다
고영
함께 나눠야 할 행복이 있어서 벽은 문이 되었다.
손잡이에서 작은 온기나마 느낄 수 있어서
문은 아직 희망이다.
초인종을 누른다. 손잡이를 놓치기 전에 문이 열렸으면.
기척을 기다린다. 닫혀 있는 문은 동굴 같다. 문이 열리면 금세 사라지고 말 동굴 속에서.
하나가 되지 못해 끝내 벽이 되어버린 얼굴.
부고장보다 차가운 낯빛.
표정이 없는 얼굴은 닫혀 있는 문보다 견고하다.
문을 여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서둘러 닫혀버린 문밖에서. 도로 벽이 되어버린 문밖에서. 너무 늦게, 나는 알았다.
사람아, 사람아.
몸과 마음이 따로 드나들 수 있도록. 안팎이 너무 동떨어지지 않도록
세상 모든 문들이 모두 두 개였으면 좋겠다.
서둘러 문을 닫는 사람은 문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다.
1966년 경기도 안양 출생
2003년 《현대시》신인상 등단
2004, 2008 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기금 받음
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너라는 벼락을 맞았다』『딸꾹질의 사이학』
현재 《시인동네》발행인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