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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구멍 / 조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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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90회 작성일 21-11-16 20:52

본문

숨구멍

 

  조용미

 

언 못에 싸락눈이 덮인다

못에 숨구멍이 나 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의 정수리에 뚫려 있는

얇은 창호지 같은 숫구멍처럼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숨구멍을 가지고 있다


바람이며 땅기운이 드나들기도 하고

영혼이 숨을 내뱉기도 하는

그 구멍은

얇은 막으로 덮여 있다


얼음이 덮이니

나무그늘 아래로 물이 파랗던 여름보다

물은 더 살아 쌔근거린다


아무리 두꺼운 얼음도 물을 다 덮어버릴 수는 없다

눈 덮인 못에 검은 숨구멍이

여럿 나 있다

물이 숨을 내뿜는 곳이다


어떤 숨구멍은 장수하늘소를 닮았고

어떤 것은 거미줄을 치고 있는 거미를 닮아 있고


저 숨구멍은

원생동물인 아메바를 닮아 있다


못이 숨을 쉰다

저 못은 답답한지 우묵하고 검은 숨구멍을

가끔 들썩이고 있다


얼음을 지치는 아이들이 어쩌다 숨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일이 있다

그럴 때 숨구멍은

가장 큰 숨을 쉰다 

 

조용미 시집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문지, 2007)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
김달진 문학상 수상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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