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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 신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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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70회 작성일 21-11-30 20:16

본문

거미

 

   신덕룡

 


다릿골에서 백동저수지로 가는 길이다

동네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작은 하천을 따라 저수지로 거슬러 올라가다

T자로 꺾인 곳에서 한 번 쉬고

왼쪽으로 또다시 왼쪽으로

조심조심 기어서 올라가는 길 끝에 내가 산다, 아니

거기 내 집이 매달려 있다


나는 길을 되짚어 나올 때마다 내뺀다고 한다

길 중간에 남의 땅이 끼어 있어

시빗거리가 따라다니니, 아무튼 훤하게 뚫린 곳으로

딱히 행선지를 정하지 않았어도

, 거침없이 간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멀리 갔어도

끝끝내 뒤따라오는 길을 떼어내지 못한다


세상과 떨어져 숨어있는 산간 오지에도

낯 뜨거워 지워버리고 살다가 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한 모퉁이에서도 뽑혀 나오는 길이 있으니

좁고 울퉁불퉁한 때로는 뚝뚝 끊어진

오랜 세월 길이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길이

어느 순간, 악착같이

전심전력으로 삶의 꽁무니에 찰싹 들러붙는 것이다


무작정 내뺀다고 될 일은 아닌 듯싶다

거미줄처럼 잘 보이지 않는

가느다랗게 이어진 길도 때론 동아줄처럼 튼튼해 보이니

여기저기 참견할 일투성이다

어떤 매듭을 풀고 또 지어야 할지

별의별 것들이 다 발끝에서 걸리적거린다 

 

계간 시현실(2021, 봄호)

  


신덕룡.jpg


경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85년 현대문학, 2002년 시와시학으로 평론 및 시 등단

시집으로 소리의 감옥』 『아주 잠깐』 『아름다운 도둑』 『하멜서신

저서 생명시학의 전제』 『문학의 이해』 

1회 발견문학상16회 경희문학상27회 편운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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