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참을 수 없이 무거운 / 강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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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0회 작성일 21-12-07 20:16본문
나비, 참을 수 없이 무거운
강문숙
나비의 날갯짓을 가벼움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보편적이다 하지만 나비의 고요한 순응이 진심이 아닐지도 그 날갯짓의 무게는 참을 수 없이 무거운 것일지도 모른다
얘야, 나비 곁에서 눈 비비지 마라 네 눈이 멀어 버릴지도 몰라 허공에 찍힌 필사적인 날개의 지문을 보았는지 엄마는 꽃밭 근처에도 못 가게 했다
날개가 공기의 저항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체온은 30도, 있는 힘 다해 허공의 계단을 짚으며 날아가던 나비의 근육이 터지기 직전 날개는 찢어질 듯 얇아지며 천천히 접혔다 펼쳐지는 동어반복으로 겨우 허공을 간섭하다가 끝내 꽃에게로 투신한다 그 순간의 고요함이란 가까스로 태풍의눈 속에 들어가 먼바다를 건너는 나비의 꿈이 시작되었다는 에두름이다
하필 저 무거운 생이 나비라는 이름의 가벼움 앞에서 울지도 못할 때가 있는데 여름비가 채 그치지도 않은 꽃밭을 성급하게 날아다니는 나비를 바라보는 엄마의 염려가 거미줄에 분홍빛 물방울처럼 걸리는 것이었다
―계간 《시작》 2021년 가을호
경북 안동 출생
1991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1993년 『작가세계』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잠그는 것들의 방향은?』 『탁자 위의 사막』
『따뜻한 종이컵』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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