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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묵의 본론 / 한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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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90회 작성일 21-12-2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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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묵의 본론

한상신



도마 위의 메밀묵이 먹먹하다

한 모쯤 말하려 했다

메밀묵을 넘겨짚는다

메밀묵은 항상 아래쪽이 무겁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두 손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내내 무소식인 사람이 메밀묵 곁을 지나갔다

안 들려 안 들려

메밀묵을 농담같이 장미칼로 썰었다

도마 위의 메밀묵은 후미진 골목 만화방 전등 밑 같다

옆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순정만화책 곁의 순정만화책

무심히 우묵하게 엎드린 메밀묵

숭덩숭덩 썬 메밀묵의 어깨들이 끼리끼리 붐볐다

메밀묵은 무슨 말인가 하려 했다

내내 무소식인 사람이 한 차례 더

메밀묵 곁을 지나갔다

메밀묵의 가로가 메밀묵의 세로를 용케 견디고 있다


 계간 시산맥2020년 신인상 수상작 중에서

 



2020년 계간시산맥》신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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