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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숲 / 강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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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1회 작성일 21-12-29 19:51

본문

직이는 숲


  강신애

 

먼 나무가 걸어왔다


옹이진 무릎에서 방출되는


나무는 멀어지면서

동시에 다가왔다


내 앞 어두운 나무들은

가파르게 뒤로 물러나는 듯했다


투명하게

사선으로 움직이는 소로

찌르는 향 


재빨리 숨는 노루, 새와 벌레와

부러진 흙빛 둥치들까지

알 수 없는 기체가 얽힌 뿌리의 세계


내가 긁어모은 나뭇단을

흡수해버릴 듯한 덤불숲


단지 겨울을 나려 했을 뿐인데


나는 숲에 삼켜지고

나뭇단은 우르르 익사하듯

만년의 행간 사이 다른 숲으로 가라앉았다


그 속에

또 다른 절정이 있는 듯 

 

강신애 시집 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문학동네, 2020)

 

 



  

1961년 경기도 강화에서 출생
1996년 《문학사상》등단
시집 『서랍이 있는 두겹의 방』 『불타는 기린』』『당신을 꺼내도 되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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