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 나기철 > 오늘의 시

 철

  나기철

남쪽 바닷가 마을

살던 집 아들 주고

동네 작은 아파트에 사는

팔순 중반 한기팔 시인

전화로 코로나에 답답한데

아내 잔소리가 심하다고

웃는다

나는 이제

아내 잔소리

그냥 받아들이자

TV 세계테마기행

그리스 바닷가 한적한 집에

반년씩 와 사는 노부부

50년 전 결혼사진

보여 준다

나는 40년 전

결혼사진 보러

베란다에 갔다가

다른 것들만 뒤적이다

온다

―계간 《시선》 2021년 겨울호

1953년 서울 출생

제주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87년 《시문학》 등단

시집 『섬들의 오랜 꿈』 『남양여인숙』 『뭉게구름을 뭉개고』

『올레 끝』 『젤라의 꽃』『지금도 낭낭히』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