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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록 / 오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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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89회 작성일 16-01-0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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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

 

오영록


호미로 쓴다

어떤 날은 삽으로 썼다

줄거리가 큰 날은 가래로 썼다

남들은 경운기나 트랙터로 썼다

어쩌면 그것은 더 아프게 하는 것 같아

난 괭이로 썼다

고무래로 쓰고 써레로 쓰고

맨발로 쓰고 손바닥을 썼다

좀 쓰기 싫은 날은 발바닥으로 썼다

써 놓고 무엇을 썼는지 모르는 날도 있다

할아버지가

아버지가 다 쓰지 못한 자백서를 이어 쓰고 있다

가끔 변변찮은 것을 종달새가 낭송하기도 하고

까마귀가 쉬어가며 쓰라고 했지만,

오늘도 구불텅구불텅 썼다

벌써 몇 페이지를 쉬지도 않고 썼지만, 아직도 너무

부족하여 쓰고 또 쓴다

달빛으로 쓰는 적도 있는데

그런 날엔 부엉이가 밑줄을 쫙 긋고 갔다

급한 날은 지면 한쪽 귀퉁이에

엉덩이 훌러덩 까고 쉼표를 찍기도 했다

지면을 가득가득 채운 날은

묵향에 취해 비틀거리기도 했다

아무리 쓰고 또 써도

죄 없다 할 수 없어

주말이면 지필묵이 있는 고향으로 가

발바닥에 옹이가 박히도록 쓴다.

 

 

강원도 횡성 출생
숭례문백일장(장려상)서정문학
2010년 다시올문학 신인상 수상

제17회 의정부 전국문학공모전 운문부문 장원
<시마을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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