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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호명 / 허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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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83회 작성일 22-01-19 16:06

본문

저녁의 호명

 

   허은실


제 식구를 부르는 새들

부리가 숲을 들어올린다


저녁빛 속을 떠도는 허밍

다녀왔니

뒷목에 와 닿는 숨결

돌아보면

다시 너는 없고

주저앉아 뼈를 추리는 사람처럼

나는 획을 모은다


어디로 가는가 무엇이 되는가

속으로만 부르는 것들은

네 이름이 내 심장을 죄어온다

소풍이라 말하려 했는데

슬픔이 와 있다


도요라든가 저어라든가

새들도 떠난 물가에서

나는 부른다

검은 물 어둠에다 대고

이름을 부른다


돌멩이처럼 날아오는

내 이름을 내가 맞고서

엎드려 간다 가마

묻는다

묻지 못한다

쭈그리고 앉아

마른세수를 하는 사람아

지난 계절 조그맣게 울던

풀벌레들은 어디로 갔는가

거미줄에 빛나던 물방울들

물방울에 맺혔던 얼굴들은


바다는 다시 저물어

저녁에는

이름을 부른다

 

허은실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실천문학, 2010)

 

 

1705_100.jpg


1975년 강원도 홍천 출생

서울시립대학교 국문과 졸업

2010실천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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