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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軸)도 없이 / 강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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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43회 작성일 16-01-05 08:29

본문

축(軸)도 없이

 

강신애

 

 

마침내 대륙으로부터 떨어져나왔다

 

지진계의 바늘은 부러지고

산맥은 절단되었다

 

너를 지탱하고

세계 더 멀리 포진시키던 대륙이 힘없이 떨어져나갈 때

얼굴을 때리는 풍랑은 금세 마른다

 

너는 출렁이며

직진하고 반원을 그리다 360도 회전 한다

태아보다 자유로운

너는 신생의 영토

머리는 무한에, 두 손은 조류에 젖은 항해자

 

쓸모없는 늙은 대륙은

이제 태양광선을 모아 활활 불을 지필 수 없다

침몰의 불을 너에게 던질 수 없다

 

지구의 만곡이 삼켜버린

그녀와 너 사이엔 오랜 슬픔이 있다

 

수천 미터 포말 위에서 으깨지지도 않고

매순간 다시 태어나며

너는 빛을 향해 하얀 손가락을 뻗는다

 

축도 가속도도 없이

조용히 대양을 떠돈다

 

파도의 우수를 온몸 깊숙이 빨아들이며

 

 

 

1961년 경기도 강화에서 출생
1996년 《문학사상》등단
시집 『서랍이 있는 두겹의 방』 『불타는 기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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