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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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오세영
저 너머엔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까.
멀리서
마냥 바라보기만 했던,
새날이 밝아오고 찬란히 무지개가 뜨던
언덕 너머 그 하늘,
가로막는 장성은 높고 가파르기만 한데
굳게 닫힌 문, 단단한 포루(鋪樓).
해자(垓字)는 간신히 건넜건만
내 휘하엔 병력도 무기도 변변치 않아
다만 펜 하나 들고 이 험한 장벽,
어떻게 깨부시고 넘을 것인가.
탁자 앞에서 오만하게 버티고 서
날 굽어보는 그 벽의 서가(書架),
용기를 내서
사다리를 놓고 기어올라
간신히 한 권의 장서(藏書)를 뽑아든다.
부질없이
석축(石築)에 괸 돌 하나를 허문다.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22년 1월호

1942년 전남 영광 출생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1965년 ~1968년 《현대문학》에 작품이 추천되어 등단
시집 『반란하는 빛』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모순의 흙』 『무명연시』 『불타는 물』
『사랑의 저쪽』 『신의 하늘에도 어둠은 있다』 『꽃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어리석은 헤겔』 『벼랑의 꿈』 『적멸의 불빛』 『시간의 쪽배』
평론집 『한국낭만주의 시 연구』 『20세기 한국시 연구』 『한국현대시의 해방』
『상상력과 논리』 『문학연구방법론』
산문집 『꽃잎우표』와 시론집 『시의 길 시인의 길』 등
한국시인협회상(1983), 녹원문학상(평론부문, 1984), 소월시문학상(1986),
정지용문학상(1992), 편운문학상(평론부문, 1992), 공초문학상(1999), 만해시문학상(2000)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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