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기 / 조동범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오늘의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오늘의 시

 (관리자 전용)

☞ 舊. 테마별 시모음  ☞ 舊. 좋은시
 
☞ 여기에 등록된 시는 작가의 동의를 받아서 올리고 있습니다(또는 시마을내에 발표된 시)
☞ 모든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출항기 / 조동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00회 작성일 16-01-07 10:17

본문

 

출항기

 

조동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향해 해안선은 끝날 수 없는 몰락을 거듭했다. 항구마다 오래 전에 정박한 어선들은 가득했고, 기억할 수 없는 항로가 흐느끼면, 흘수선을 따라

 

  사라진 자들의 역사가 들려오는 듯도 하였다. 수면으로부터 시작을 알 수 없는 최후는 시작되고, 수면을 향해 닻이 내려지면, 잠길 수 없는 곳으로부터 파도는 몰려왔다. 폭풍은

 

  그 어떤 예감처럼 수평선을 흔드는가. 덧창을 닫으면 바람은 밤새도록 아침을 뒤척인다. 해가 뜨면 항로는 열릴 것이다. 밤은 단호하게 수면을 탐문하며 지나가는구나. 파도가 몰려오면

 

  이국의 처녀들은 하나둘 옷을 벗고 가랑이진 밤을 흐느낀다. 닻을 올리면 오래 전에 잃어버린 슬픔들은 흘러나오는가. 수많은 신부들을 생각하며 갑판 위의 선원들은 어느 밤의 날짜변경선을 떠올린다.

 

  어제가 오늘이 될 때. 혹은 오늘이 어제가 될 때. 역사는 시작되지 않는다. 그물에는 죽어버린 아버지와 사산된 아이들의 이야기가 떠날 수 없다. 선수(船首)로부터 침몰한 항로의 이야기는 두려움을 회고하고

 

  흘수선을 따라 잠길 수 없는 수면은 어둠이 되어간다. 이국의 처녀들은 가슴을 부풀리며 갑판 위의 선원들과 태어날 수 없는 아이들을 생각한다. 아침이 펼쳐지면

 

  바람은 불어오지 않는구나. 항구에는 죽어버린 아버지의 이야기도, 사산된 아이들의 뜨지 못한 눈동자도 들리지 않는다. 날짜변경선을 지나치며 갑판 위의 선원들은 문득

 

  끊임없이 오늘이 되어가는 어제를 뒤돌아볼 것이다. 파도는 고요하고, 더 이상 그곳에 태어날 아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밤새도록 뒤척이던 덧창의 흐느낌이 잠시 들리는 듯도 하였지만

 

  어제가 오늘이 될 때, 혹은 오늘이 어제가 될 때 역사는 시작되지 않는다.

 

 

1970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 취득
  2002년 《문학동네》신인상 당선.
  시집『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카니발』,
  산문집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평론집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비평집 『 4 년 11 개월 이틀 동안의 비 』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146건 5 페이지
오늘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94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7 0 01-26
294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6 0 10-02
294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5 1 08-19
294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3 0 12-07
294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3 0 08-11
294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2 0 03-02
294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8 0 01-06
293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6 1 08-03
293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5 1 01-04
293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3 1 08-31
293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3 1 04-11
293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2 0 10-01
293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2 0 12-16
293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2 0 08-11
293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1 0 03-04
293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9 1 09-03
293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8 0 10-28
292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5 0 08-22
292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2 1 08-21
292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2 0 11-13
292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2 0 01-25
292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9 0 02-18
292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8 0 02-15
292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6 0 11-04
292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5 0 02-12
292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4 0 10-01
292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4 0 01-22
291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3 0 12-09
291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3 0 04-08
291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2 0 11-03
291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59 1 08-31
291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59 0 11-17
291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54 0 04-18
291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51 0 01-06
291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8 0 12-23
291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5 0 04-28
291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4 0 11-10
290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3 0 11-06
290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3 0 11-12
2907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3 2 08-24
2906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0 0 03-09
2905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4 0 01-05
2904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0 0 12-02
2903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28 0 02-25
2902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25 0 10-30
2901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25 0 01-11
2900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24 1 09-16
2899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22 0 10-08
2898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20 1 09-04
2897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9 0 01-1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