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 안민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해당화
안 민
내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 나는
바람이 부니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있을 뿐
통증은 190에 120
오래 함구하던 상처처럼
해변에서 태어났고 해변에서 경계를 넘고 있다
붉은 울음이 들려온다
울음이 혈관을 찢는다
내 몸의 가시가 내 눈을 찌른다 나는
나를 벗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감기인 줄 알았는데 말기였고
모래인 줄 알았는데 바위였다
눈물인 줄 알았는데 폭우였고
정말이지 뇌출혈인 줄 알았는데 우울이었다
모든 게 경계 넘어 악성이었다
내가 누군지 알지 못합니다
여기가 무덤입니까
다음 계절 쪽으로 한 발짝도 옮기지 못했는데
오늘은 흐린 허공에서 칼날이 쏟아진다
바다는 흐느끼고
―안민 시집 『아난타』(세상의 모든시집, 2019)
<시작 노트>
그 바닷가, 흐린 구간 저편으로 해당화가 지고 있었습니다.
뇌경색에서부터 혈액암까지 가족력은 집요했습니다.
그러므로 나도 해변에 꽃인 채, 불안한 시간을 앓았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시간은 흘렀고 유품을 정리하는데,
창백한 손이 나를 꼭 껴안고 있었습니다.

본명 안병호, 경남 김해 출생
2010년 <불교신문>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게헨나』 『아난타』 등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제18회 부산작가상 수상
추천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