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천 / 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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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8회 작성일 22-02-21 14:45본문
파천巴串
정 호
화양 제9곡 巴串에 이른다 계곡에 바윗돌을 주렴처럼 꿰놓은 듯하다 하여 파천(巴串)이라지만 땅이름 곶을 붙여 파곶(巴串)이라고도 하고 물줄기가 바위를 뚫는다 하여 파관(巴串)이라고도 한다
파천, 파곶, 파관, 어느 이름으로 불러야 하나 명칭이란 자존의 또 다른 이름일 터. 그게 구분만을 위한 것이라면 무슨 산이며 강 무슨 천이며 계곡이면 어떤가 불러주는 이름과는 관계없이 산은 제 있어야 할 자리에 솟았고 물은 제 갈길 쉼 없이 흘러간다 계곡으로 흐르다 제 분수에 맞게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된다
아명으로 별명으로 본명으로 필명으로, daum 카페에서 노닥거릴 땐 닉네임으로 Naver 블로그에선 또 다른 익명으로 불리는, 어느 것 하나 이름값 제대로 못하는 내 이름. 내 언제 서야 할 자리 찾아 산으로 솟고 물길 따라 낮은 데로 흘러가는 냇물이 된 적 있던가 그 물길 따라 흐르다 함께 어울려 출렁이는 강물이 된 적 있던가
문득 낯설어진 내 이름들이 巴串 너럭바위에서 물미끄럼 타며 굴러내린다 얼굴마저 생소한 내가 물길 따라 잘도 흘러간다 속절없이 찰찰찰
―정호 시집 『철령으로 보내는 편지』(가온, 2020)
울산 울주 출생. 본명 정경호
2004년 《문학•선》 등단
2011 안양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 『비닐꽃』 『은유의 수사학』 『철령으로 보내는 편지』 등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문학상,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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