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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밑의 손 / 유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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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35회 작성일 15-07-13 09:54

본문

돌 밑의

 

  유종인

 

 

그대 허공으로부터 거둬들인 눈빛은

돌 밑의 손으로

지긋이 눌러두리라

 

그대가 온다면

이끼 서린 돌 밑에 눌러둔

고요의 손을 꺼내어

빵 반죽을 하리라

아니, 그대가 쐬고 온 얼굴의 바람을

가만히 더듬듯 쓸어주리라

 

먼 길 가까이 그대

등 뒤에 따라온 길에게

한 끼의 식사와 잠자리를 봐주리라

돌 밑에 눌러둔 손은

납작해졌다 서서히 부풀고

창백했던 피가 서서히 낯을 붉히리라

 

다섯 손가락 번갈아 생인손을 앓는 시여

피와 먼지에 묻은 손가락으로

그대를 나즈막히 써주리라

 

 

 

1968년 인천 출생
1996년《문예중앙》시부문 당선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시집『아껴 먹는 슬픔 』『교우록 』『사랑이라는 재촉들』
시조집 『얼굴을 더듬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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