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끈 / 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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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1회 작성일 22-03-08 14:30본문
봄날의 끈
강은교
어느 봄날, 책을 묶던 끈이 말했네, 나만큼 묶어보았는가, 나만큼 설레며 세상 것들의 허리들을
묶어보았는가. 이 종이들뿐이 아니야, 푸른 파의 허리며, 무의 넓적한 다리며, ······ 라면 상자의
그 누렇게 뜬 갈비뼈, 해태라고 쓴, 글자도 선명하던 과자 상자의 허약하던 뼈. 그대의 가슴을 덮던
이불 ······그대의 심장을 흔들던 모래도,어느날은 꽃뿌리도, ······ 동백 ······ 나는 꿈꾸었지 ······
그대를 묶을 날을 ······ 그대를 묶어 내 허리에 칭칭 감을 날을 ······
파도 묶고, 사과도 묶는, 동백 꽃뿌리도 묶는 푸른 끈 ······ 내가 그대에게, 시간에게 던지는 이 끈 ······
―강은교 시집 『초록 거미의 사랑』(창비, 2006)
1945년 함남 홍원 출생
1968년 연세대 영문과 및 동 대학원 졸
1968년 ≪사상계(思想界)≫로 등단
시집 『빈자 일기』 『소리집』『붉은 강 』 『우리가 물이 되어』 『바람노래』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초록 거미의 사랑』등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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