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거울 뒤편을 가리키다 / 최예슬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76회 작성일 16-01-08 10:15본문
모두가 거울 뒤편을 가리키다
최예슬
성냥 한 개비가 타들어가는 동안 너는 시집을 덮는다
다시 양초에 불을 붙여보지만 너는 이미 떠났다
두툼한 종이 다발을 모아 불을 붙이면 인물들은 금세 피어난다
농장의 사냥꾼은 사라진 비둘기를 찾기 위해 마술을 배우고
광장의 의원들은 사라진 여자를 찾기 위해 술을 마신다
나는 벽화에 붙여놓은 스티커를 떼어내며 너의 발자국을 찾는다
밤에는 근사한 꿈을 꾸는데 도시 근교의 자선병원에서 결핵을 앓는다
목이 길고 슬픈 여인들은 어딘가를 응시하고
어느 날 내 얼굴도 액자에 갇혀 있었다
가끔 망상은 진실이 되기도 한다
구경꾼들은 우두커니 마주 앉아
— 여긴 어디지, 여긴 어디지
서로에게 길을 묻는다
1987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과 졸업
2011년《문학동네》신인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