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령 /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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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8회 작성일 22-03-13 20:19본문
천령
유홍준
개오동나무 꽃이 피어 있었다
죽기 살기로 꽃을 피워도 아무도 봐주지 않는 꽃이 피어 있었다
천령 고개 아래 노인은 그 나무 아래 누런 소를 매어놓고 있 었다
일평생 매여 있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안 태어나도 될 걸 태어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육손이가 살고 있었다
언청이가 살고 있었다
그 고개 밑에 불구를 자식으로 둔 애비 에미가 살고 있었다
그 자식한테 두들겨 맞으며 사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개오동나무 꽃이
그 고개 아래
안 피어도 될 걸 피어 있었다
―유홍준 시집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 (시인동네, 2020)
1962년 경남 산청 출생
1998년 ≪시와 반시≫로 등단
2005년 제1회 젊은 시인상 수상
2009년 제1회 시작 문학상 수상
28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시집 『상가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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