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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밤 지하철역 19번 승강장 / 함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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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7회 작성일 22-03-1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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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일 밤 지하철역 19번 승강장

 

   함기석

 

 

그는 내 앞에 서서

해군 마크가 찍힌 군용 의료가방을 들고

하얀 부사관 정복에 모자를 쓰고

왼손에 찬 시계를 보았다

초조한 눈빛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그는 잠시 뒤를 돌아보았는데

짙은 눈썹에 검정색 뿔테 안경을 썼고

몹시 불안해 보이는 갈색 눈동자

입술은 말라서 갈라졌다

그가 입술을 오물거릴 때

승강장 왼편의 컴컴한 통로를 타고

철걱철걱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가 울렸다

그는 또 시계를 쳐다보고는

승강장 뒤편 에스컬레이터 계단 쪽을

몇 번이나 두리번두리번

누군가를 무언가를 자꾸 확인했다

그때 그의 명찰이 보였다

미 해군 소속 포비아phobia 중사였다

지하철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그의 눈동자는 점점 더 불안하게 떨었고

그는 안경을 벗어 주머니에 넣고는

독수리와 닻 마크가 찍힌 가방을 꽉 움켜쥐더니

철로 안으로 그대로 뛰어들었다

순식간이다 지하철은 빠르게 지나갔고

나는 깜짝 놀라 눈을 감았다

몇 초 후 깊은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눈을 떴을 때

철로 안에는 검푸른 바닷물이 찰랑거렸다

바닥에 깔린 두 줄기 철로 위로

색색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고

불가사리와 홍합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방금 지하철이 쌩 빠져나간

오른편 통로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햇빛이 환하게 내리는 백사장이 길게 펼쳐져 있다

회색 군용 의료가방은 뚜껑이 열린 채

감염된 구름 위에 놓여 있고

중사는 노년의 여자 환자와 해안선을 걷고 있다

그때 빈혈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는 휘청거리며 지하철 안전선 뒤로 물러났다

바닥에 주저앉아 밭은 숨을 고르는데

왼편 어두운 통로에서 재차 순환선 지하철이 달려왔다

가까워질수록 철걱거리는 숨소리는 커졌고

내 심장 소리도 거칠어졌다

해안선 끝 가파른 절벽 밑에서

포비아 중사가 힐끔 나를 뒤돌아보았다


월간 현대시20222월호


hamkisuk_150.jpg

 

1966년 충북 청주 출생 

1993년 한양대학교 수학과 졸업

1992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국어선생은 달팽이』 『착란의 돌』 『뽈랑공원』 『오렌지기하학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

동화 상상력 학교

2006년 눈높이아동문학상, 10회 박인환문학상, 8회 이형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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