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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그늘 속, 검은 잠 / 조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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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0회 작성일 22-03-17 12:29

본문

그늘 속, 검은 잠

 

   조유리

 

 

한 샆 푹 퍼서 언덕 아래로 뿌리면 그대로 몸이 되고 피가 돌 것 같구나

 

목단 아래로 검은 흙더미 한 채 배달되었다

누군가는 퍼 나르고 누군가는 삽등으로 다지고

 

눈발들이 언 손 부비며 사람의 걸음걸이로 몰려온다

다시 겨울이군, 살았던 날 중

아무것도 더 뜯겨나갈 것 없는 파지처럼

나를 집필하던 페이지마다 새하얗게 세어

 

먼 타지에 땔감으로 묶여 있는 나무처럼 뱃속이 차구나

타인들 문장 속에 사는 생의 표정을 이해하기 위해

내 뺨을 오해하고 후려쳤던 날들이

 

흑빛으로 얼어붙는구나

어디쯤인가, 여기는

 

사람이 살지 않는

감정으로 꽃들이 만발하네

 

죽어서도 곡이 되지 못한 눈바람이 검붉게 몰아치는데 

 

조유리 시집 흰 그늘 속, 검은 잠(시산맥, 2018)

  

 

joyoori-180_w_w_wonho.jpg


서울 출생

2008년 문학·으로 등단

시집 흰그늘 속, 검은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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