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태도와 눈빛 / 임승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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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태도와 눈빛
임승유
미나리 캐올게.
이 말을 남기고 나간 사람을 그라고 하자 나는 남게 된다. 남은 김에
영화를 한 편 본다. 처음 본 순간 푸른 눈동자에 매료되어 소년을 좋아
하기로 마음먹은 소녀가 나오는 영화다. 소녀가 키 큰 나무에서 안 내려
오는 데까지 보다가 잠들었다. 초여름의 오후니까 말이다.
자고 일어났는데도 그는 없다.
어디까지 간 걸까. 고개를 들어 먼 데를 보자, 정말 그가 미나리를 찾아
풀밭을 헤맨다. 미나리는 물가에서 자라고 그는 물소리를 따라 깊이
들어가고 미나리가 자랄 수 있는 환경에서
크고 있는 미나리
이제부터 미나리를 키우는 거야
미나리에 물주는 사람을 나라고 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이런
진행으로는 안 될 것 같다. 그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하면 그의 태도와 눈빛을 살려낼 수 있을까.
미나리를 키우려면 하루에도 몇 번씩 해야 하는 고민이다.
―월간 《현대시》 2022년 3월호
1973년 충북 괴산 출생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2011년 《문학과 사회》신인문학상 당선
시집『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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