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 / 문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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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3회 작성일 22-03-22 12:30본문
쉬!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아이쿠, 어이쿠, 시원하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었다고 합니다.
온 몸, 온 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문인수 시집 『쉬』 (문학동네, 2022)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 등단
시집 『늪이 늪에 젖듯이』 『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
『뿔』 『홰치는 산』 『쉬!』 『배꼽』 『적막소리』 등 다수
대구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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