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 신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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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이사는 서커스야 젤소미나가 말한다 차르르 차르르 젤소미나가 작은북을 친다 그동안 나는 짐을 쌌다 나는 젤소미나를 데리고 이사를 간다 갈 수 있다 우리가 떨어진다면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서커스를 망칠 셈이야 젤소미나가 말한다
차르르 전진한다 나는 까르르 웃는다 차르르 돌진한다 젤소미나는 조금 모자란다 아이처럼 모자란다 차르르 타버린다 좋아! 불 지를 집을 향해 앞으로! 나와 젤소미나는 조금 모자란다
우리는 꽁꽁 묶여 있는 게 아닐까 지적장애가 있고 매를 맞는다 맞았다 집에 사는 동안 그리고 맞을 것이다 이사한 집에서도 그러니까 우리는 앞으로!
나를 때린 사람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할 거다 나와 같은 아이를 때린 사람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할 거다 성냥불로 다 태워버릴 거다 요와 이불 그리고 모조리, 차르르
그리고 뛰어내리는 거다 불타오르는 줄에서 그리고 떠도는 거다 연기와 함께 차르르 재와 함께 차르르
차르르 이건 물소리 차르르 차르르 젤소미나가 치는 작은북 이건 이사의 비밀
― 《문장웹진》 2021년 2월호

1972년 충남 태안 출생
2001년 《포에지》로 등단
시집 『기억이동장치』 『오후 여섯 시에 나는 가장 길어진다』 『물 속의 피아노』
『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까』『물안경 달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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