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 신영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1회 작성일 22-03-25 12:17본문
이사
신영배
이사는 서커스야 젤소미나가 말한다 차르르 차르르 젤소미나가 작은북을 친다 그동안 나는 짐을 쌌다 나는 젤소미나를 데리고 이사를 간다 갈 수 있다 우리가 떨어진다면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서커스를 망칠 셈이야 젤소미나가 말한다
차르르 전진한다 나는 까르르 웃는다 차르르 돌진한다 젤소미나는 조금 모자란다 아이처럼 모자란다 차르르 타버린다 좋아! 불 지를 집을 향해 앞으로! 나와 젤소미나는 조금 모자란다
우리는 꽁꽁 묶여 있는 게 아닐까 지적장애가 있고 매를 맞는다 맞았다 집에 사는 동안 그리고 맞을 것이다 이사한 집에서도 그러니까 우리는 앞으로!
나를 때린 사람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할 거다 나와 같은 아이를 때린 사람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할 거다 성냥불로 다 태워버릴 거다 요와 이불 그리고 모조리, 차르르
그리고 뛰어내리는 거다 불타오르는 줄에서 그리고 떠도는 거다 연기와 함께 차르르 재와 함께 차르르
차르르 이건 물소리 차르르 차르르 젤소미나가 치는 작은북 이건 이사의 비밀
― 《문장웹진》 2021년 2월호
1972년 충남 태안 출생
2001년 《포에지》로 등단
시집 『기억이동장치』 『오후 여섯 시에 나는 가장 길어진다』 『물 속의 피아노』
『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까』『물안경 달밤』 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