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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쩍새, 그저 울다 / 강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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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12회 작성일 22-03-25 12:27

본문

쩍새, 그저 울다

 

  강문숙

 

 

오늘 아침 푸른 멍처럼 꽃이 피었다고

소쩍새 그저, 운다

밤새 앓았을 네 정신의 허기에

푸르게 가두어 둔 게 있다면

욕망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모자라

우주를 떠도는 지구의 기울기로 최선을 다해

귀를 대고 너의 신음 소리를 들어야겠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네가 이미 꽃이 된 걸

온몸으로 알 때가 올 것이다

꽃은 누구를 위해 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너로 존재하기 위한 하나의 몸짓인 것이다

 

그러므로 학산 깊은 숲 나뭇가지에서

푸른 멍을 꽃이라 말하는 너여

잠잠히, 그러나 오래 들여다보라

그 번지는 초록 숲의 생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강문숙 시집 나비, 참을 수 없이 무거운(천년의 시작, 2021)

 


kangmoonsook-140-1.jpg

 

경북 안동 출생
1991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1993년 『작가세계』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잠그는 것들의 방향은?』 『탁자 위의 사막』
『따뜻한 종이컵』
나비참을 수 없이 무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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