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얻는다는 것 / 엄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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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2회 작성일 22-03-29 13:26본문
마음을 얻는다는 것
엄원태
십년을 넘은 공부 끝에야
암컷의 마음을 얻어 교미할 수 있는 새가 있다
코스타리카의 긴꼬리매너킨은 탱고 스텝의 달인들
그들의 일생은 가무(歌舞)에 바쳐진 셈
소년 매너킨은 생후 오년째부터 스스로 연마하여 몸을 만들고
육년째도 연전히 독학으로 노래와 춤 연습에 전념하다가
칠년째, 마침내 갈고 닦은 노래로 스승의 마음을 얻어
문화생 생활을 시작한다면 그건 대체로 운이 좋은 편,
이렇게 해서 사부를 모시고 또다시 십년 공부
드디어 새침한 암컷 앞에 서면
사부가 먼저 절로 예를 갖추고
듀엣 노래와 솔로 나비춤으로 몸을 달군다
결정적 순간이 오면 등넘기 탱고가 시작되는데,
등넘기춤은 여느 탱고처럼 절묘한 타이밍과 박자가 생명이다
암컷이 필생의 수십분짜리 이인조 춤 공연에 매혹되면
사부는 마침내 암컷의 마음을 얻게 되고,
제자는 비로소 조용히 물러나 독립하여
자신의 제자를 구하러 정처 없이 십년 공부 스승의 길을 떠난다
마음 얻기란 그런 것
적어도 십년 공부는 기본이다
―엄원태 시집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 (창비, 2013)
1955년 대구 출생
서울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박사)
199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침엽수림에서』 『소읍에 대한 보고』
『물방울 무덤』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 등
제1회 대구시인협회상, 제22회 금복문화상, 제15회 백석문학상,
제2회 발견문학상, 제18회 김달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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