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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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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6회 작성일 22-04-04 22:02

본문

피아노

 

  박성우

 

 

한때 나는 이 가족의 기쁨이었다

일곱살 아이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바싹 다가와 앉았다

건반 위로 올라가는 손은 작고 예뻤고

아이의 엄마 아빠는 마냥 뿌듯한 듯

아이의 표정을 살피면서 나를 만졌다

규연아, 체르니 몇 번 쳐?

책을 보거나 빨래를 개던 아이의 아빠는

악보를 따라 연신 뚱땅거리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가고는 했다

식구들이 모여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러 간다고 떠들썩하던 날은

늦은 저녁에야 불이 켜졌다

누구에게나 한때의 절정은 있다

아이가 겨울왕국에 나오는 노래를

능숙하게 연주하던 어느 봄날의 휴일은

유독, 가족 모두가 행복해 보였고

나조차 설레서 오래 들떠 있었다

그러나 내 기쁨은 거기까지였다

한해가 다르게 커가던 아이는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바빠졌고

아이는 머지않아 내 존재 자체를 잊었다

머리 위로는 액자와 양초, 급기야는

수건에 양말까지 올려지고 있었다

먼지가 수북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고

주위로는 책이며 잡동사니가 늘어갔다

외롭다는 생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아이의 아빠는 혼잣말인 듯 말했고

중학생이 된 아이는 별말이 없었지만

나는 곧 대답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월간 현대시20223월호


      parkswoo.jpg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02년 시집 『거미 』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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