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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불안 / 박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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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2회 작성일 22-04-0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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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 불안

 

   박춘석

 

  물밑의 발은 암굴왕입니다 오리의 무리 속에서 오리로 살았던 것이 아닙니다 사실은 오리였습니다 물밑의 잠재된 발이 하얀 새로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 사이 밤이 왔습니다 하얀 새에 대한 믿음이 희미해졌습니다 많은 오리들 속에 한 마리로 섞였습니다

 

  오리가 무엇을 초월할 수 있을까요

 

  잠재적인 백조와 오리 사이에 단절은 없었습니다 물빝의 발이 계속 백조를 찾고 있었으니

 

  오리가 조금 컸을 뿐입니다 뒤바뀔 때도 있었습니다만

 

  오리와 백조는 흐린 날과 화창한 날의 차이로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백조의 마음, 어제는 오리의 행동, 나는 순환합니다

 

  혼자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낯선 사람이 백조라고 불렀습니다 ! 오늘은

 

  재불거리는 발놀림은 지루하게 계속되었습니다 발놀림이 성장할 때마다 방향이 선명해져 갔습니다

 

  오늘은 날이 흐려 백조가 희미합니다 오리에게로 간 것은 아닌지 오래 지루하게 물밑에서 재불거리던 발은 하루쯤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

 

  태양에게 왈츠풍의 밝은 빛을 선물 받았을까요 암굴왕의 감정은 경쾌합니다 그러나 내일부터 겨울비가 온다고 합니다

 

  흐리고 비가 오니 이 호수에는 백조가 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 알려진 그 이야기는 단편적입니다 오리 무리 속에 한 마리 백조라니요 그렇게 쉬울라구요 그 하얀 새를 닮아갈 뿐입니다

 

  백조에게는 평화가 없습니다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해 발놀림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어제는 바람이 불어 물이 흔들렸습니다 감정이 급격히 호수 아래로 떨어져서 발을 담근 물속이 차가웠습니다 내일도 날이 히리다고 합니다

 

  ‘너는 염결성이 너무 강해 가외의 길이라는 것도 있는 법인데.’ 당신이 해준 말입니다만 어제 오리가 나를 방문했습니다 아직 가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은 대체로 맑습니다 개인의 날씨는 누가 관장하는지 알 수 없지만 백조를 향해 멀리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원 풍경이 호수를 지나고 미풍이 불고 서정적인 발놀림입니다 저 둥근 호수를 건너면 백조가 있다고 합니다

 

  오리 무리 속에서 이방의 오리, 오리 내부에 어떤 다툼이 있는 걸까요 어머니는 늘 나를 미워하고 형제들과 함께 있어도 외롭고 나는 오리 내부로부터 밀려났습니다

 

  오리와 백조를 가득 메운 발자국들 무수히 떠내려가고도 물 위에 화석이 된 발자국들 하얀 백조보다 발자국이 더 아름다운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평면의 물 위, 어느 쪽으로 가든 둥글기만 한 호수, 둥근 물길이 끝이 있을 리 없고 이제 그만 평화롭고 싶습니다

 

  잠깨고 나면 거울 속에 오리가 상으로 맺혀 있다면

 

  오리를 떠나온 세계가 호수였다면 백조를 향해가는 세계가 호수였다면

 

  영원히 평면일 것 같고 잠들기 적당한 호수에 넘어야 할 갈등이 있는 듯 안개가 피고 비가 오고 바람이 몰아칩니다 그러나 이내 물 표면의 고즈넉함은 같은 자리를 느끼게 합니다 싸워야 할 대상이 없는 듯합니다

 

  호수에 백조가 살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잴 수 없는 수면의 깊이와 고즈넉한 역사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한 번도 발놀림을 멈출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리이고 백조인 호수, 서로 같은 세계에 살며 다른 모습을 구하여 오리인지 백조인지 구분이 안 되는 발놀림 위에 꿈인 듯 백조가 아! 하얀 새가

 

월간 현대시20223월호




 

경북안동 출생
2002년 계간《시안》등단
2013년 요산문학상 수상
 시집『나는 누구십니까?』『나는 광장으로 모였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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