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감.1 / 서문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0회 작성일 22-04-17 21:26본문
기시감.1
서문기
시력이 여전히 좋지 않다.
무심코 흘려버린 기억이 내 주위를 돌아 정신 산란하게 할 때,
빈혈은 바리케이드를 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아이가 할머니! 할머니! 문 좀 열어 주세요!
방에서 대문까지 문을 열어주기까지의 시간의 잔주름이 꾸무럭거리는 것 같다.
흘낏, 창 넘어 넌지시 보려는데,
흐릿한 게 유리창 습기가 진물 흐르듯 주르르 미끄러진다.
꼭, 내 머리숱이 빠져나가는 듯 보였다.
지난 회상이 코를 벌름거리다 냄새가 없다는 걸 알고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려는 모습이다.
아이는 기다리다 에잇! 하고는, 발걸음이 동네 놀이터나, 허방으로 향할 것 같다.
내 머리는 어지럽기 시작한다, 안갯속을 헤매다 보이지 않을 때,
돌아선 저 아이가 벽을 스윽 타고 들어와 나에게 입힌다.
40여 년 전 늦은 밤 책가방 맨 그대로 문밖에서
할머니, 할머니 문 좀 열어주세요.
둥글둥글 얼룩진 다크블루빛 소리가 들린다.
―2021년 미래시학작가회 작품집2호 《가온누리》
2015년 계간《미래시학》 시 등단
2018년 계간《좋은시조》 시조 등단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