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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태어나지 않은 시인을 위한 파반느 / 유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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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4회 작성일 22-05-01 21:31

본문

아직 태어나지 않은 시인을 위한 파반느

 

  유종인


 

백발의 저 노인은 백 년 전도 백발 같아

앞서 가 뒤돌아보니 자작나무 풍채인 게

거뭇한 옹이 마디에

웅숭깊은 눈을 떴네

 

공중의 어느 좌표에 화장실을 세워놓고

새들은 꼭 그 자리서 뒷일을 보는갑다

흰 새똥 뒤집어쓴 바위가

천년 가는 혼수(婚需)같네

 

잎새가 죽은 난과 새 촉이 돋는 난()

한 바람에 다른 결로 햇빛 속을 갈마들며

터 잡은 고요의 심지에

수결(手決)하듯 꽃을 버네

 

남녘의 섬 한 귀퉁이 나를 번질 터가 있어

독필(禿筆)의 그 날까지 번민을 받자 하니

툇마루 볕 바른 자리에

선지(宣紙) 펴는 댓잎 소리

 

야자수와 소나무가 쪽동백을 아우 삼듯

까마귀와 갈매기가 청보리밭 답청하듯

숨탄것 지상의 한 걸음씩

몸을 내는 얼이 있네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20225월호



1968년 인천 출생
1996년《문예중앙》시부문 당선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시집『아껴 먹는 슬픔 』『교우록 』『사랑이라는 재촉들』『양철지붕을 사야 겠다』
시조집 『얼굴을 더듬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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