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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없는 날 / 이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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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0회 작성일 22-05-03 13:03

본문

없는 날

 

  이선이

 

말린 옷가지들 솔기 맞춰 접어서 구름서랍장에 정리하기

베란다에 앉아 로즈마리 잎잎이 초록향기 털어내기

생각의 외투를 벗고 가만히 허밍하기

손바닥에 햇살들이기

빈손으로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기

흘러가기


맨발로 산책하기

강아지랑 풀밭에서 햇살 밟기

입술로 모음 만들기

모음으로 된 기도문 완성하기


한 마음도 다치지 않게

한 눈물도 상하지 않게


단출한 밤을 흠모하기


살았다고 해야 할까

살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오래오래 

그렇게


비우고 떠날 때는

목에 감고 다니던 노을은 풀어두고 가야지

 

계간 사이펀2021년 겨울호


 

leesunlee-150-1.jpg


 1967년 경남 진양 출생

1991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서서 우는 마음과 평론집 생명과 서정

상상의 열림과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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