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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인상 사전 / 유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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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38회 작성일 16-01-18 09:11

본문

 

나무 인상 사전

 

유종인

 

달에 고향을 둔 계수나무는 키가 훤칠하다

산벚나무는 그 꽃들로 때늦은 눈발이다

산그늘 옮겨 다니는 환한 시름들

마음이 옥죌 때 그 눈발로 발등 적시면 낫는다

 

소나무는 슬쩍 고개를 숙이거나

가만히 허리를 뒤틀거나 짐짓 목을 늘여 빼거나

어스름 허공에 어깨를 기대거나

그 모두 한 생각 다른 생을 고르는 고요의 몸짓이다

 

호두나무는

고소한 생각들을 고르고 있다

허무를 웃길 만한 익살과 입담을 골라

생각의 가지마다 한 주먹씩 재미를 쥐고 있다

뇌의 주름이 많은가 슬픔이 자주 골탕을 먹을 만하다

 

오리나무는 엉뚱한 방향으로 웃는다

고민이 오면 딴청을 부리며 오리걸음 뒷짐을 진다

말문이 막힌 무덤들을 불러 웃음부터 틔워준다

가을에도 봄 생각을 키워 오리주둥이로 잎을 흔든다

 

버드나무는 물가에 주점을 차렸다

작은 누각의 푸른 주렴을 걷고 들어가면

주인은 없고 벌레들이 생을 좀 바꿔다오 꾸물꾸물 술상을 봐온다

어느 수양버들 가지를 잡아당기면

술과 여자가 나와서 귀신마저 객소리하는 소슬한 술판이 벌어진다

 

가만 저 나무는 초록 속에 상거지처럼 서 있다

모두들 죽었다고 하나 가만히 보면

다음 생으로 넘어가는 헐벗음을 입고 있다

대개 그런 몸엔 버섯이 봉기하고 벌레집이 자자하다

 

 

1968년 인천 출생
1996년《문예중앙》시부문 당선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시집『아껴 먹는 슬픔 』『교우록 』『사랑이라는 재촉들』
시조집 『얼굴을 더듬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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