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 / 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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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74회 작성일 22-05-23 13:54본문
미인도
-원본을 닮지 않은 점이 더 좋은 이유
이종근
나는 깻잎 머리에 이마가 너른 여인을 기억한다
거추장스러운 쓰개치마를 두르지 않고 이목구비를 또렷이 드러낸 고운 얼굴의 여인
기발한 것은
가체가 있을 자리가 근엄한 데에서 아래로 옮겨 친밀을 주었고
옥비녀가 굵직하고 기다랗게 양어깨 선을 감싸고 있다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흰 저고리 고름에
노리개를 과감하게 버려 그지없이 수수하고 도톰한 쌍가락지가 도드라지듯 정갈하다
손놀림이 한결 더 운치 있고 몸의 균형이 유연해 보인다
버선코는 유행처럼 살포시 멋을 내고
치맛자락은 더 풍만하여
이 여인이 살아가는 일생이 살포시 꿈질거리듯 속이 아프다
그래서 속치마가 봄처럼 보이고 코발트 빛 치마가 청춘처럼 물결친다
여하튼 피라미드처럼 삼각형 구도가 참 균질하고 안정하다
단아하면서도 참 자유분방한 여인이다
허리춤의 붉은 두 줄이 생의 복선이듯 내가 기억하는 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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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은 이민경(2020作), 민화 <미인도>,「붓담」회원 展 참여작임.
부산 출생
2016년 계간 《미네르바》 등단
박종철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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