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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 권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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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2회 작성일 22-06-1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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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권애숙

 


여자 없는 여자밭에 감자꽃 피었다

유언인 듯 묻어둔

감자에 코가 생기고 눈이 생겼다

비탈진 고랑마다 으스름 여자꽃 터졌다


꽃을 따내야 감자가 실하지

깨달음은 우째 늘 뒤통수를 치는가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꽃숭어리 꺾어 던지고

여자의 감자밭을 뒤집는다


찌그러진 밥통 같은,

퉁퉁 부은 손등 같은,

그렁그렁 눈물 같은,

멍이 번진 뒤꿈치, 뜯기고 갉아 먹힌,


이게 니가? 너 맞나?


열개도 넘는 모가지 줄줄이 매달고 여자야

이 많은 너를 깊이도 묻어두고

때 묻은 법으로만 웃어제꼈더나 

 

권애숙 시집, 흔적 극장(포엠포엠, 2018)




 

경북 선산 출생
1993년 월간 
시문학 우수작품상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95년 월간 
현대시 추천

시집 『카툰세상』『맞장 뜨는 오후』『당신 너머, 모르는 이름들』흔적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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