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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果)

   손성태

  여보, 하느님 우리 사돈 합시다 부처님도 참, 양가에 쌍심지는 어쩌고유 앞 강 흙탕물은 또 어찌하고유 그러니 사돈하자는 거지요 한잔 받으세요 허, 참한 총각 있슈? 있다마다 황천(黃泉)에서 도솔천(兜率天)까지 건너온 청동의 보살 요놈의 똥구멍에 불 질러 쫓아낼 테니 요단강 건너온 천사 눈에 콩깍지 씌워 주소 허허, 한번 꾸며 보지유 티끌 같은 세상 끼룩, 기러기 떼 비껴간 천정(天頂)을 걷어내면 안팎이지 안과 밖이 따로 있나유 따지고 보면 빛도 어둠에서 빠져 나왔고 선악과(善惡果)도 그래유 선과 악이란 게 언제 따로 있었나유 위아래 남녀 좌우 독약 진위 미추도 곧 떨어져 진탕 싸울 팔자겠지만 뭐 비벼봐야겠지유 비빌수록 맛있는 게 비빔밥이듯 매매 비빌 수밖에...... 제 잔도 한잔 받으세유 어이쿠 하느님 제 절 받으세요 독도 잘 쓰면 약이고 거꾸로 보면 아래가 위 되는 게 세상 이치 아니겠소 선이 악을 빨아먹고 싹틔우는 악이듯이 '선과 악'을 딱, 포개면 '선악과'가 되니 우선, 흙탕물이 가라앉도록 이 연놈 둘부터 하나로 만듭시다 까짓것!

―출처 : 시마을 '창작시' 게시판

1956년 경북 의성 출생(2022년 별세)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졸업
2013년 제 16회 공무원문예대전 최우수 금상(국무총리상) 수상

시집『 물의 연가』등

시마을 전 운영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