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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나무를 지나는 시간 / 강신명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42회 작성일 22-06-15 20:53

본문

아몬드 나무를 지나는 시간

 

   강신명

 

 

1.

아몬드를 씹습니다

오도독오도독 상처 난 기억을

빈틈없이 조각냅니다

멀미하는 해마를 돌아 잘린 통증이

수면 아래로 사라집니다

아프다고 비명을 지를 법도 한데

살점이 뜯겨도 무감각합니다

돌을 던지고 흔들어도 소리 없이

차오르는 호수와 같습니다

하얀 꽃망울 다져 움츠린 시간 견딘

흔적 위로 환절의 방식이 적힌

이정표가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2.

아몬드는 부서질수록 빛납니다

황토색 주름진 껍질은 아픈 배 쓰다듬던

노모의 손마디 같기도 합니다

별빛 담긴 술잔에 시름 걸친 청춘이

잠꼬대로 밤을 털어내는 길목

멀찍이 돌아서서 지켜보는 아버지의

젖은 헛기침 소리도 들립니다

잊혀진 노래는 손때 묻은 이빨 자국이

선명할수록 정담으로 끈끈해집니다

가파른 저녁 지나 접시에 담긴

수많은 웃음과 울음이 밤새 뒤척이는

그림자를 보듬고 있습니다

 

3.

아몬드는 아몬드의 방식을 믿습니다

약속으로 번성한 아몬드의 속살

마주 보며 뜨겁게 고이던 길은

시간이 되새김질한 또 다른 이름일까요

세찬 물살에 길들여진 모든 감각이

아몬드의 여정을 따라갑니다

반쯤 잘린 아몬드를 들여다봅니다

여과된 어둠이 총총 박혀 있습니다

이타적 습성이 배인 안쪽을 깨물면

말갛게 씻은 모서리가 창문을 엽니다

빛바랜 발자국 솎아낸 고랑 따라

오도독오도독 달아오른

아몬드가 아몬드를 받아 적습니다

 

4.

단단한 것들은 슬픔에 익숙합니다

까끌한 통증에 목이 메지만

서로를 부축해서 얼룩을 지웁니다

궤적 검게 응어리진 자리 박차고

은하계를 도는 아몬드의 꿈

열꽃이 남긴 지문 속 동그란 입술로

나란히 베어 문 아몬드는

어제만큼의 오늘이 빈방을 꽉 채울

오래 기다린 걸음의 정면입니다

오도독오도독 오도독

새벽 쏟아지는, 울창해지는, 타올라 깨무는,

대가 없는 다정입니다 

 

2022년 계간 시와산문》 신인문학상 공모 시부문 우수작





서울 출생

덕성여대 응용미술학과 졸업

2022년 계간 시와산문으로 등단

2019시마을문학상 금상 수상

2020년 문향전국여성문학공모전 금상 수상


추천2

댓글목록

grail200님의 댓글

profile_image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상작이라서 그런지 훌륭합니다
4연의 (은하계를 도는 아몬드의 꿈)은 모호하고 관념 같은 비약입니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길게 쓰여진 아름다운 십니다
재미있게 읽었고 감상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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