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 건 / 양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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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건
양우정
배후를 밝혀내기 전
빗나간 의도가 명치 끝을 스칠 때
눈알이 허공을 훑다 깜빡이는 찰나의 순간을 조심해
가령
조심스럽게 뒤꿈치를 들고 나가려다 새장 속 새를 보거나
팔레트 속 굳어버린 색색의 초상화를 발견할 때
눈을 마주치지 마!
새가 눈을 쪼거나
초상화가 말을 걸어올지 모르니까
그럴 때
목을 빼고 넣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 알게 될 거야
치킨게임을 좋아한다고 했었지
바깥은 안보다 늘 시끄럽다는
시차 때문이라던 너의 말
그렇다고 운을 믿지는 마!
뫼비우스의 띠는
한번은 벗어나지만 두 번째는 제자리니까
풀과 나무는 더는 너를 읽지 않아
부푼 페달을 밟는
질긴 혐오는 위험하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까
연기가 코앞에서 사라지기 전
위험한 자작극임을 자백하라던 말
기억하지
활자의 근황 따위 관심 없다던 네가
소문이 무성한 활자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브리핑룸을 지나지 말라는 경고
잊은 건 아니겠지
확률 게임 속
블랙박스는 언제나 웃고 있다는 것
잊지 마
―2022년 계간 《시와산문》 신인문학상 공모 시부문 우수작
1964년 서울출생
2017년 시마을 문학상 대상 수상
2022년 계간 《시와산문》 신인상 수상
추천2
댓글목록
grail200님의 댓글

빈틈이 없이 훌륭한 시입니다
추천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