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서커스 / 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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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82회 작성일 16-01-20 09:44본문
공중서커스
김종태
백야라도 이토록 찬란하진 않았을 것이다
튕기는 불빛 흩어지는 수증기 속에 그가 걸어 들어가니
목숨보다 끈질긴 그네에 매달려 노래는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허공을 향해 뛰어내려 까맣게 떠도는 천 개의 얼굴
그 너머 만 개의 손아귀, 무한량 지문이 엉키어든다
이것은 용의자의 휘파람소리, 잡으면 이 가슴이 그 가슴인지 저 발목이 이 발목인지 모를, 거미줄
같은 살갗의 감촉들
심호흡을 하니 물 위를 걸어간 발자국 소리 들린다
중력과 이 몸을 겯고 트기엔 제격이다, 안개 자욱한 오늘 밤이다
“나는 나의 감독이며 관객이며 나를 죽일 검객이니 내 것이 다 사라진 뒤에 우리는 우리의 이력서를 영원히 잊을 거야”
안전망도 없이 솟구치는 상상, 추락의 두려움을 모르는 척 비장한 날갯짓
간절한 듯이 온몸에 금박지를 붙이어 내리닫는 슬로건
바람아, 별빛이 사그라진다 이제 주파수에 동조하자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요”
“아케이드가 무너지는 건 제 탓이 아니에요”
“수많은 당신들이 다 사라진 다음 그림자의 복화술마저 지워주세요”
날아라, 영원히 죽지 않을 몸을 만들기 위해
전생의 사연은 모르는 듯 몸을 두 번 비틀어라
경북 김천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同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
1998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으로 『떠나온 것들의 밤길』
제4회 청마문학연구상 수상
현재 호서대학교 한국어문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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