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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치​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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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시장 어물전 입구

보름달 닮은 물고기 몇 마리 누워 있다

하도 이름을 묻는 이가 많아

‘내 이름은 개복치’ 라고 미리 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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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후까지 눈동자가 착하다

조물주가 눈에 흰점을 찍은 그대로

개광(開光), 혹은 뇌를 넓히지 않아

바보끼리 보는 눈동자는 참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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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들은 죽은 것들의 눈을 파먹고 있다

표독스런 상어의 검은 눈동자든

몸에 따뜻한 피가 흐르는 개복치든

죽음의 좌판 위에선 매한가지다

몸통은 사라지고

머리와 작은 눈만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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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치는 지상에서 자신의 상(像)마저 지운다

―경북일보 아침시단(202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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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경북 군위 출생

2003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달팽이 성자』『빨강 뒤에 오는 파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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