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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문제

  김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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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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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놀고 끼리끼리 먹고 끼리끼리 웃어대고 끼리끼리 잠자는

제대로 눈물도 나지 않고 분노도 일어나지 않고 감동도 되지 않는

얇아질 대로 얇아진 뼈들이 줄줄이 줄서기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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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세포는 췌장세포를 좋아하지 않고

표피세포는 진피세포를 끊임없이 불신하는데도

아까운 5리터의 피

줄서기에 다 쏟아붓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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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서 환장한 갱스터 한 명 없고

사랑에 실오라기 하나 없이 덤벼드는

눈먼 방탕 하나 없는

가증스런 연명(延命)만이 판을 치는

야비한 이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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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가 정말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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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한 조련사들만 우글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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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미래로, 미래로

발기불능 자식들을 품에 안고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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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칠한 넓적다리 같은 이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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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점점 더 모른 체하고

질겅질겅 껌만 씹어대는 세계화를 찬양하며

스스로 죽어가는 어중간한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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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게 좋은 삶이냐고 묻는 아이 하나 없이

거대한 세계 속으로 사그라지는 석양

아무리 잘 지내도 보름달은 결코 뜨지 않을

킬킬대는 지옥의 서문 같은 이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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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비탄의 발길로 차고 또 차올려도

거짓말같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웃고 있는

영원한 일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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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가 아프다

정말 아프다 

―김상미 시집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문학동네, 2017)

1957년 부산 출생

1990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으로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 『잡히지 않는 나비』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 당신』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산문집 『아버지, 당신도 어머니가 그립습니까』등

2003년 박인환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