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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터널 / 김경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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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32회 작성일 15-07-14 09:31

본문

갯벌터널

 

  김경후

 

 

숨 쉴 때마다 썩어간다

난 갯지렁이가 아닌데

들러붙는 건 죄와 흙

나가는 곳이 갇힐 곳이다

뚫고 나간 곳이 더 깊은 어둠 속

썩은 탯줄들만 널려 있다

그 탯줄에 악몽이 목을 맬 때마다

꿈틀대고 버둥거린 자국들만 널려 있다

난 갯지렁이가 아닌데

가슴과 자궁 속엔

썩은 개흙들

내가 낳는 것들은 바늘과 꼬챙이에 꿰여

바닷속으로 던져진다

난 갯지렁이가 아닌데

으깨지고 문드러진다

개흙 냄새와 함께 썩고 섞이고 스민다

난 갯지렁이가 아닌데

 

백발을 잡고 뒤흔드는 미치광이 달이 뜨는

검은 갯벌

 

 lllk.JPG 

 

서울 출생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열두 겹의 자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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