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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다, 읽다 / 손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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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24회 작성일 22-08-05 19:29

본문

, 읽다


  손진은


 

에어프라이어에서 고구마가 퍽퍽, 터지며 익는다

삼동을 철원 대마리, 움막에서 몸 포개다

춘삼월 햇살 따라

예까지 내려온 우묵하고 길쭉한 놈들 달구어지기 시작할 때


고소한 냄새와 어깨동무한 썩은 내가 집안을 건너간다

아침부터 웬 고약한 냄새람?

늦잠 깬 아내 잔소리에도

뜨거워진 몸 찢기며 익어가는


놈들은 대마리 하늘 잉잉대는 벌떼도, 삭은 뼛조각의 혼도, 지뢰꽃도

묵묵 빨아들이며 몸 불렸다고,

울퉁불퉁한 농부 음성이 수화기 너머 건너왔다


알고 보니 놈들의 몸뚱인 썩어 있었던 것

썩어가면서도 검은 죽음은 안쪽 보얀 삶에 보호막을 쳤던 것

, 죽음이 삶을 안고 간다는 걸 일깨우기라도 하듯

몸을 달구고 있었던 것


내일부턴 썩은 부분

도려내고 익히라구, 여보!

저들 비애(悲哀) 근처에도 못 가본 아내의 핀잔에도

고소한 냄새와 어깨동무한 썩은 내가

막무가내 실내를 점거한 채

익어가면서 아내와 나를 읽는다


달큰한 향기가 코를 들썩이게 한다는 말 따윈

아랑곳 않고, 우묵한 눈 홀쭉한 볼을 가진 놈들이

기단부 같은 죽음 위에 층층이 놓인 게

삶이란 걸 읽히며 익는다

무슨 속죄양처럼, 더러는 다리가 날아가고 찢기고 터지면서


 

계간 청색종이2022년 여름호



손진은~1.JPG


경북 안강 출생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1995년 매일신문 시평론에 당선

시집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 『눈먼 새를 다른 숲에 풀어놓고

 그 눈들을 밤의 창이라 부른다』 

저서 현대시의 미적 인식과 형상화 방식 연구』 『한국 현대시의 정신과 무늬

현대시의 지평과 맥락』 『현대시의 미적 인식과 형상화 방식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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