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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대국 / 안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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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92회 작성일 22-08-15 21:08

본문

벚꽃 대국

 

   안현미 

 


우리는 밤새도록 사랑을 했네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쉰 살의 당신과 열아홉 살의 나

첫 직장에 입사하는 나와

대학교를 졸업하는 당신

 

산산조각으로 희고 검은

 

우리는 밤새도록 사랑을 했네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돌을 던진 당신과 사표를 쓴 나

기차를 타러 가는 당신과

실업급여를 타러 가는 나

 

산산조각으로 산산조각으로

 

우리는 밤새도록 사랑을 했네

죽여줄 때까지 죽고 싶을 때까지

중력과 권력 AI와 고독에 맞서며

서른 살의 나와 아홉 살의 당신

탈을 쓴 당신과 털을 기른 나

검은 돌이 흰 돌을 사랑하듯

 

희고 검은 산산조각으로

 

우리는 밤새도록 사랑을 했네

죽여줄 때까지 죽고 싶을 때까지

무한하면서 유한한 유한하면서 무한한

미래이면서 반미래인 반미래이면서 미래인

하나의 거울이 두 개의 얼굴을 비추듯

두 개의 얼굴을 하나의 거울이 비추듯 

 

웹진 비유2021.2월호



ahm.jpg

 

1972년 강원도 태백 출생
서울산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1년 《문학동네 》로 등단
시집『곰곰』『이별의 재구성』『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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