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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문장은 죄가 되지 못한다 / 이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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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83회 작성일 22-08-25 21:22

본문

애매한 문장은 죄가 되지 못한다

 

  이화은

 

내 죄는 도무지 문장이 되지 않는다

한껏 한 문장을 만들고 나면

주어가 실종되었거나 동사가 지나치게 과격하다

따끔따끔 압정 같은 쉼표가 행마다 행간마다

어지럽게 널려 있다

제대로 뜸이 들지 않은 밥상을

입맛이 까다로운 신에게 바칠 수는 없다

문장은 짧을 수록 좋다고,

죄는 시가 아니다

가끔 소설을 쓰는 이도 있지만

내 신의 취향은 다큐 쪽이다

죄에 목마른 사제가 홀로 지키는 고해소 앞을

오늘도 문장이 되지 못한 죄인들이

고개를 숙이고 지나간다, 홀깃

고해소의 불빛을 훔쳐보는 이도 있으나

틀린 문법은 십계명에 들지 못한다

죄지은과, 죄지은 듯의 차이에 대해

사람들은 크게 따지지 않는다

-이화은 시집 절반의 입술(파란, 2021)

 


 

 

경북 경산 출생
1991년 《월간문학》등단

시집으로 이 시대의 이별법』 『나 없는 내 방에 전화를 건다

절정을 복사하다』 『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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