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떠오를 때까지 / 서연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49회 작성일 22-08-28 21:43본문
달이 떠오를 때까지
서연우
달은 살아 있다 살아, 떠오를 곳을 향해 멍석을 펼친다 상을 놓고 병풍을 세우고 떡을 놓고 포를 올리고 촛대를 놓고 초를 꽂고 향을 피운다 달은 살아 있다 살아, 바람이 지운 촛불에 종이컵을 씌우고 초헌관이 오르고 아헌관이 오르고 종헌관이 오르고 고축을 한다 차례차례 잔을 올리고 절을 하고 잔을 올리고 절을 한다
달은 살아 있다 살아, 통술거리 어디든 기타를 메고 나타나 신청곡도 부르고 부르고 싶은 곡도 부르고 손님이 팁을 주면 주는 대로 안 주면 안 주는 대로 노래하던 악사 원형이 간암으로 입원을 하고 성미예술촌 천 여사는 마음이 휘어져 멍석 앞에서 머뭇 머뭇거리다 간절히 아주 간절히 절을 하고 절을 한다 달은 살아 있다 살아, 다시 악사가 되어 돌아오기를 바라는 봉투를 놓는다 흰 봉투를 놓고 절을 하고 절을 한다 줄을 서고 줄을 서서 음복을 하고 음복을 한다
상에 놓인 떡 하나가 떠나고 둘이 떠나고 셋이 떠나고 넷이 떠나고
잔이 비고
대보름 달보다 먼저 뜬 별 하나가 기타를 메고 촛불같이 노래를 한다 음복을 한다
—계간 《시사사》 2022년 여름호
경남 창원 출생
2012년 《시사사》로 등단
시집 『라그랑주 포인트』 등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