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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느티나무에 들다 / 곽효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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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0회 작성일 22-09-20 17:45

본문

은 느티나무에 들다

 

    곽효환

 

언제부터였을까

수령이 수 백 년은 되었을

동리의 정자를 품은 느티나무

사방으로 가지를 곧게 뻗어

무성한 그러나 인적 없는 여름을 떠받치고 있다


비늘처럼 껍질이 듬성듬성 떨어져 나간

늙은 느티나무 그늘에

몸 들이고 기대었던 사람을 생각한다

그를 닮고 싶었던 혹은 닮았던

그처럼 살고 싶었던 더러는 그렇게 살았던


바람이 전하는 말과

시간이 쌓아둔 흔적,

무수히 드리웠다 사라지는 삶들을

그는 오랫동안 켜켜이

몸 안에 쌓아두었을 것이다


얼음처럼 투명한 세포들이 쌓은 나이테

이제 그는 단단한 풍경이다


나는 아버지처럼

쉽게 흔들리지도 그렇게

일찍 지지도 그렇게

흘러가지도 않을 것이다

 

곽효환 시집, 슬픔의 뼈대(문지, 2014)



곽효환 시인.jpg

 

건국대학교와 同 언론홍보대학원 졸업

고려대학교 문학박사

1996년 <세계일보신춘문예 당선

, 2002년 계간 시평』 등단

시집으로인디오 여인지도에 없는 집』『슬픔의 뼈대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11회 애지문학상14회 유심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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