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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바위 보 / 김종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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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53회 작성일 22-10-05 20:34

본문

가위 바위 보

 

   김종미


 

실력이 아니라 운명이야라는 말도

운명이 아니라 우연이야라는 말도

승자와 패자가 있는 한

이해되지 않는다

 

판은 언제나 뒤집힐 수 있다고

너를 위로하면서 나를 위로했다.

 

너는 작은 손을 꼬무락거리는 아이

 

이것은 규칙일 뿐이야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너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나에게 말했다

 

먼저 손을 내놓기 싫은 것은 본능일까

숨을 참으며 곁눈질을 하면

 

웅덩이만 보면 뛰어드는 신발들

 

첨벙첨벙 자르고 부수고 싸매면서

 

더 신나는 길을 만들어 줘

가파르게 올라갔다가 뛰어내리는 걸 즐기는

어린 너에게

 

점점 희미해져서 사라지기 전

시원하게 져주고 싶다

 

그런데 그것도 잘 안 된다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210월호

 

 

 

1957년 부산 출생
1997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으로   『새로운 취미』 『가만히 먹던 밥을 버리네 』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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